퇴고의 기술
퇴고의 기술
마지막 문장 끝에서 커서가 깜박인다. 탈고했다는 안도감에 긴 한숨이 나오지만, 모니터 속 원고는 아직 날것 그대로의 생각 덩어리에 불과하다. 수많은 가능성을 품은 진흙 반죽일 뿐, 아직 도자기는 아니다. 진짜 글쓰기는 바로 지금부터 시작된다.
글을 고치는 일은 새로운 문장을 더하는 덧셈이 아니라,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덜어내는 뺄셈에 가깝다. ‘매우 아름다운’은 ‘눈부신’ 한 단어로 바꾸고, ‘슬픔이라는 감정’ 대신 ‘축축하게 젖은 소맷자락’을 보여주자. 초고의 거친 문장을 소리 내어 읽어보라, 어색하게 덜컹거리는 부분, 숨이 차오르는 지점, 의미 없이 반복되는 소리가 당신의 혀끝에서 정직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게 신호다. 그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 퇴고의 출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작가의 뜨거운 심장을 잠시 내려놓고, 정원사의 차가운 가위를 들어야 한다. 내가 썼다는 애착, 이 표현을 찾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애지중지 키운 문장일수록, 독자의 눈에는 군더더기일 가능성이 높다. 독자는 당신의 노력에 감동하는 게 아니라, 잘 다듬어진 문장이 주는 명쾌함에만 반응할 뿐이다.
초고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라면, 퇴고는 독자에게 거는 말이다.
작가의 눈
“‘슬픔이라는 감정’ 대신 ‘축축하게 젖은 소맷자락’을 보여주자.”
추상적 개념(감정)을 구체적 사물(소맷자락)로 번역해 독자가 장면을 상상하고 감정을 직접 느끼게 한다. 당신의 글에서도 막연한 단어를 독자의 오감으로 포착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바꾸어보라.
“초고의 거친 문장을 소리 내어 읽어보라, 어색하게 덜컹거리는 부분, 숨이 차오르는 지점, 의미 없이 반복되는 소리가 당신의 혀끝에서 정직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게 신호다.”
긴 호흡의 문장으로 문제점을 상세히 묘사한 뒤, ‘그게 신호다’라는 짧은 문장으로 핵심을 짚어 문장 길이의 리듬을 만든다. 긴 문장으로 설명을 마친 뒤에는, 의식적으로 짧은 문장을 붙여 독자의 주의를 환기해보라.
“작가의 뜨거운 심장을 잠시 내려놓고, 정원사의 차가운 가위를 들어야 한다.”
퇴고에 임하는 태도를 ‘정원사의 가지치기’라는 비유를 통해, 주관적 애착을 버리고 객관적으로 글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당신의 글에서도 추상적인 조언을 독자에게 친숙한 행위에 빗대어 설명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