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행복
‘행복’ 말고 ‘퇴근 후 마시는 맥주 한 캔’이라 써라
돈과 행복. 글쓰기 좋은 주제지만, 자칫하면 공허한 구호만 나열하기 쉽다. 우리는 ‘돈’과 ‘행복’이라는 추상적 관념을 머릿속에 띄운 채 글을 쓰기 시작하지만, 독자의 머릿속에는 아무런 이미지도 그려지지 않는다. 글이 독자의 마음에 닿으려면, 막연한 생각을 손에 잡히는 현실로 바꿔야 한다. 비결은 단 하나, 추상 명사를 구체 명사로 바꾸는 것이다. ‘행복’이라는 막연한 단어 대신, 오감을 자극하는 구체적인 명사를 쓰는 것이다.
왜 구체 명사가 중요할까? 뇌는 추상적인 개념보다 감각적인 정보를 훨씬 생생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가령 이런 문장이 있다고 해보자. (나쁜 예: 돈이 많으면 다양한 경험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다.) 이 문장은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한다. ‘돈’, ‘경험’, ‘행복’ 모두 형태가 없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문장을 구체 명사로 바꿔보자. (좋은 예: 월급 통장에 찍힌 8자리 숫자는 나를 남태평양의 에메랄드빛 바다로 데려다주었다. 그곳에서 맛본 칵테일 한 잔의 상큼함이 ‘행복’이라는 단어의 구체적인 동의어였다.) 두 번째 문장은 독자의 머릿속에 선명한 그림을 그린다. ‘8자리 숫자’, ‘에메랄드빛 바다’, ‘칵테일 한 잔’이라는 구체적인 사물이 감각을 깨우기 때문이다.
당신의 글에 등장하는 ‘기쁨’, ‘슬픔’, ‘성공’, ‘실패’ 같은 단어들을 점검해보라. 그 단어들을 지우고, 그 감정을 불러일으킨 구체적인 장면이나 사물을 대신 써넣어라. 슬픔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어머니의 낡은 일기장’을, 성공을 말하고 싶다면 ‘새벽 네 시에 울리는 알람 소리’를 보여주는 식이다. 당신만의 구체적인 경험이 글의 생명력이 된다.
좋은 글은 ‘사랑’이라 말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의 구겨진 와이셔츠를 묘사한다.
작가의 눈
“‘행복’이라는 막연한 단어 대신, 오감을 자극하는 구체적인 명사를 쓰는 것이다.”
글의 핵심 기법인 '구체 명사화'를 직접 언급하고 '오감을 자극하는'이라는 표현으로 그 원리를 요약했다. 당신의 글에서 독자가 만지고 보거나 맛볼 수 없는 추상 명사를 찾아 구체적인 사물이나 장면으로 바꿔보라.
“월급 통장에 찍힌 8자리 숫자는 나를 남태평양의 에메랄드빛 바다로 데려다주었다.”
'많은 돈' 대신 '월급 통장에 찍힌 8자리 숫자'라는 구체 명사를 사용해 독자가 부의 규모를 상상하고 장면에 몰입하게 만든다. 당신의 글에서도 막연한 수량 형용사를 구체적인 숫자나 시각적 단서로 바꿔보라.
“그곳에서 맛본 칵테일 한 잔의 상큼함이 ‘행복’이라는 단어의 구체적인 동의어였다.”
'행복'이라는 추상 개념을 '칵테일 한 잔의 상큼함'이라는 미각적, 구체적 경험과 연결하는 '비유' 기법을 활용했다. 당신도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을 독자가 체험할 수 있는 감각적 경험에 빗대어 표현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