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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봄봄 (발췌)

원작 김유정 · 저작권 만료(퍼블릭 도메인) · 출처

“장인님! 인제 저…….”

내가 이렇게 뒤통수를 긁고, 나이가 찼으니 성례를 시켜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대답이 늘,

“이 자식아! 성례구 뭐구 미처 자라야지!”하고 만다.

이 자라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내 아내가 될 점순이의 키 말이다.

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 푼 안 받고 일하기를 삼 년 하고 꼬바기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그런데도 미처 못 자랐다니까 이 키는 언제야 자라는 겐지 짜장 영문 모른다. 일을 좀 더 잘해야 한다든지, 혹은 밥을 많이 먹는다고 노상 걱정이니까 좀 덜 먹어야 한다든지 하면 나도 얼마든지 할 말이 많다. 허지만 점순이가 아직 어리니까 더 자라야 한다는 여기에는 어째 볼 수 없이 고만 빙빙하고 만다.

이래서 나는 애최 계약이 잘못된 걸 알았다. 이태면 이태, 삼 년이면 삼 년, 기한을 딱 작정하고 일을 해야 원 할 것이다. 덮어놓고 딸이 자라는 대로 성례를 시켜 주마, 했으니 누가 늘 지키고 섰는 것도 아니고, 그 키가 언제 자라는지 알 수 있는가. 그리고 난 사람의 키가 무럭무럭 자라는 줄만 알았지 붙배기 키에 모로만 벌어지는 몸도 있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때가 되면 장인님이 어련하랴 싶어서 군소리 없이 꾸벅꾸벅 일만 해왔다. 그럼 말이다. 장인님이 제가 다 알아채서, “어참, 너 일 많이 했다. 고만 장가 들어라.” 하고 살림도 내주고 해야 나도 좋을 것이 아니냐. 시치미를 딱 떼고 도리어 그런 소리가 나올까 봐서 지레 펄펄 뛰고 이 야단이다. 명색이 좋아 데릴사위지 일하기에 싱겁기도 할뿐더러 이건 참 아무것도 아니다.

숙맥이 그걸 모르고 점순이의 키 자라기만 까맣게 기다리지 않았나.

언젠가는 하도 갑갑해서 자를 가지고 덤벼들어서 그 키를 한번 재볼까 했다. 마는 우리는 장인님이 내외를 해야 한다고 해서 마주 서 이야기도 한마디 하는 법 없다. 우물길에서 언제나 마주칠 적이면 겨우 눈어림으로 재보고 하는 것인데 그럴 적마다 나는 저만침 가서 ‘제에미 키두!’하고 논둑에다 침을 퉤, 뱉는다. 아무리 잘 봐야 내 겨드랑(다른 사람보다 좀 크긴 하지만) 밑에서 넘을락 말락 밤낮 요 모양이다.

개 돼지는 푹푹 크는데 왜 이리도 사람은 안 크는지, 한동안 머리가 아프도록 궁리도 해보았다.

작가의 눈

  • 내가 여기에 와서 돈 한 푼 안 받고 일하기를 삼 년 하고 꼬바기 일곱 달 동안을 했다.

    구체적 숫자 활용. '오랫동안' 같은 추상적 표현 대신 '삼 년 하고 꼬바기 일곱 달'이라는 구체적 숫자를 제시하여 주인공이 처한 부당한 상황과 그로 인한 답답함을 선명하게 전달합니다. 당신의 글에서도 막연한 기간이나 수량 대신 정확한 숫자를 사용해 독자의 감각을 자극하고 상황의 현실성을 높여보세요.

  • 그리고 난 사람의 키가 무럭무럭 자라는 줄만 알았지 붙배기 키에 모로만 벌어지는 몸도 있는 것을 누가 알았으랴.

    1인칭 서술자를 활용한 아이러니. 서술자의 순진한 생각을 통해 독자는 장인의 속셈을 눈치채지만 정작 당사자는 상황을 어리숙하게 파악하는 간극을 만들어냅니다. 이 기법은 비극적 상황을 해학적으로 만들고 인물의 성격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당신의 글에서도 서술자가 아는 것과 독자가 아는 것 사이에 차이를 두어 아이러니나 긴장감을 조성해보세요.

  • 언젠가는 하도 갑갑해서 자를 가지고 덤벼들어서 그 키를 한번 재볼까 했다.

    감정의 행동화. '답답했다'는 감정을 직접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를 가지고 키를 재려는' 구체적이고 엉뚱한 행동으로 보여줍니다. 이로써 인물의 순박한 성격과 절박한 심정을 더욱 생생하고 희극적으로 전달합니다. 당신의 글에서도 인물의 감정을 설명하기보다 그 감정에서 비롯된 독특한 행동을 묘사해보세요.

  • 개 돼지는 푹푹 크는데 왜 이리도 사람은 안 크는지, 한동안 머리가 아프도록 궁리도 해보았다.

    인물의 목소리를 담은 내적 독백. 투박하고 직설적인 비교('개 돼지')를 통해 학식이 짧고 순박한 주인공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보여주며 인물의 개성을 구축합니다. 당신의 글에서도 인물의 내적 독백에 그 인물의 교육 수준, 환경, 성격이 드러나는 고유한 어휘나 비유를 사용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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