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에세이 쓰기에 대한 에세이
서랍을 열었는데, 온갖 물건이 칸마다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정작 쓸모 있는 건 하나도 없는 기분을 느껴본 적 있는가? 어떤 에세이는 꼭 그렇다.
그런 글은 대개 '에세이란 무엇인가' 같은 거창한 질문에 정답을 제시하려 든다. 지식과 정보를 백과사전처럼 나열하며 독자를 가르치려 하지만, 글쓴이의 체온은 어디에도 느껴지지 않는다. 반면 좋은 에세이는 컵에 담긴 뜨거운 차의 온기처럼, 혹은 이른 새벽의 서늘한 공기처럼, 글쓴이가 느낀 감각의 세계로 독자를 부드럽게 초대한다. 그것은 주장하지 않고 보여준다. 설명 대신 경험을 나눈다.
글쓰기는 결국 구체적인 선택의 문제다. '슬픔'이라는 추상 명사 뒤에 숨는 대신, 흠뻑 젖은 운동화의 축축한 무게를, 차갑게 식어버린 토스트의 퍽퍽한 맛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긴 문장으로 독자의 호흡을 느긋하게 끌고 가다가도, 마침표 하나로 단호하게 끊어낼 줄 아는 리듬감이 필요하다. 독자는 논리를 따라가는 동시에 감각의 파도를 타며 글쓴이의 세계를 여행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몰입이다.
잘 쓴 에세이는 머리가 아닌 마음에 자국을 남긴다.
작가의 눈
“서랍을 열었는데, 온갖 물건이 칸마다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지만 정작 쓸모 있는 건 하나도 없는 기분을 느껴본 적 있는가?”
딱딱한 정의 대신 '정리만 잘 된 서랍'이라는 비유와 질문으로 시작해 독자의 공감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당신의 글도 독자의 경험과 연결되는 질문이나 비유로 시작해보라.
“'슬픔'이라는 추상 명사 뒤에 숨는 대신, 흠뻑 젖은 운동화의 축축한 무게를, 차갑게 식어버린 토스트의 퍽퍽한 맛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추상어('슬픔')를 구체적인 감각 명사('운동화의 무게', '토스트의 맛')로 대체해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장면으로 보여준다. 당신의 글에서도 감정을 직접 말하기보다, 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구체적 사물이나 상황을 묘사해보라.
“긴 문장으로 독자의 호흡을 느긋하게 끌고 가다가도, 마침표 하나로 단호하게 끊어낼 줄 아는 리듬감이 필요하다.”
길고 짧은 문장의 의도적 교차를 통해 글에 음악 같은 속도감을 부여하는 '리듬'의 중요성을 직접 언급하고 시연한다. 단조로운 문장 길이에서 벗어나, 긴 문장 뒤에 짧은 문장을 배치해 글의 호흡을 조절해보라.